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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축협 조합장 딸은 B농협에, B농협 조합장 아들은 A축협에 채용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전북지역 ㄱ축협 조합장의 딸은 ㄴ원예농협에 채용됐다. 답례라도 하듯 ㄴ원예농협 조합장의 아들은 올해 ㄱ축협에 채용됐다. 전남지역 ㄷ농협에 조합장으로 재직중인 아버지를 둔 ㄹ씨는 올해 졸업 후 서류와 면접만으로 ㄷ농협에 합격했다.

이처럼 인근 조합 간 자녀 고용을 ‘품앗이’하거나 자신과 같은 조합에 자녀를 채용하는 등 지역 단위농협 임직원들의 ‘고용 세습’이 여전히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지역조합 임직원 자녀 채용 현황’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지역조합의 조합장 또는 상임이사 자녀 216명이 부모가 재직하거나 퇴직한 조합 또는 그 인근 조합에 채용됐다.

특히 216명 가운데 12.0%에 해당하는 26명은 부모가 조합장 또는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던 시기에 조합에 채용됐다. 또한 전체 인원의 74%에 해당하는 160명은 부모의 소속 조합과 동일한 시군 내 조합에 채용됐다.

심지어 현재 부모가 조합장으로 같이 근무하는 경우도 5건에 달한다. 전체 216명 중 79명은 서류심사와 면접만을 거치는 전형채용 방식으로 선발돼, 채용과정에서 부모의 입김이 작용했으리란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근 조합 간에 자녀 취업을 주거니 받거니 ‘품앗이’한 정황도 발견됐다. 2012년에도 경북 ㅁ농협 조합장의 아들은 인근 ㅂ농협에, ㅂ농협 조합장의 아들은 ㅁ농협에 각각 채용됐다. 부모와 동일하진 않지만 매우 인접한 조합에 취업한 경우도 있다. 충북 한 도시 농협조합장 아버지를 둔 ㅅ씨는 지난해 같은 도시의 다른 농협에 서류심사와 면접만으로 채용됐다.

이같은 농협의 고용 세습 정황은 이전에도 지적된 바 있다. 2014년에도 농협중앙회와 1150여개 회원조합에 전·현직 조합장·상임이사·감사 등 임직원의 자녀 221명이 근무했다. 현직에 근무중인 부모를 둔 경우는 126명에 달했다. 아예 같은 조합에 근무하는 경우도 29명이었다. 복수의 자녀가 조합에 취업한 간부도 있었다. 이때도 채용된 전현직 임직원 자녀 221명 중 83명이 서류심사와 면접만을 거쳐 선발됐다.

당시 문제가 불거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농협중앙회 및 농·축협 회원조합 임직원 자녀가 채용된 것은 사실이나, 고용세습이나 임직원 자녀 취업 품앗이로 채용된 사례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황주홍 의원은 “아무리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이면 특혜 의혹을 피할 수 있겠느냐”며 “농협 내에서도 불투명한 채용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전수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