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1 14:29
동지들과의 약속을 어겼습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르고 세월가는걸 몰라서
짝수 날 하기로 한 양치질을 오늘 했습니다.
어제는 이 크레인을 접수한지 3일째 되는날.
첫 휴일이었습니다.
뭔가 기념이 될 만한 행사가 없을까.
오래오래 고민하다 발을 씻었습니다.
50평생 씻어온 발인데 내 발을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 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왼쪽 엄지발톱은 발톱무좀으로 부스러지고,
새끼 발가락엔 굳은살이 두껍게 박혔습니다.
50년 넘도록 무식한 주인 델꼬 사느라 고생많았다 쓰다듬어 줬습니다.
오늘은 첫 일요일.
무슨 이벤트로 첫 일요일을 즐길까 고민하다 머리를 감았습니다.
머리 하나 감았을 뿐인데 세상에, 날아갈 것 같습니다.
사소한 일상들이 이렇게 소중하고 빛나는 곳
85호 크레인이 주는 삶의 재발견입니다.
덕분에 물 끌어 올린다고 우리 대의원들 쌩똥 싸는 모습, 애처롭습니다.
오늘밤부터 추워질거라고 밑에서 으찌 겁을 주는지
문짝에 방풍공사를 했습니다.
구멍이 숭숭 뚫려 을씨년스러웠는데
이제 보는 것만으로도 참 아늑합니다 ^^
전기선을 설치하고 로울러를 달고,
조선소 노동자의 경험을 백분 발휘하고 있습니다.
물한통으로 머리감고 빨래하고 양치하고
징역 독방살이의 경험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 몰랐습니다.
살다보니 나라덕 볼 일이 다 생기네요 ^^
오늘 위에서 내려다 보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규찰서러 나온 아저씨들 네 분이 창고 뒤편에서
고돌이를 열라치고 있지 뭡니까. 하하~
참 대단한 아자씨들입니다. ^^
어차피 길게 갈 싸움... 저는 저대로
아저씨들은 아저씨들대로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면서 가야지요 뭐.
휴일 저녁 금쪽같은 시간에 나와 주신 동지들.
고맙습니다.
동지여러분 부디 감기조심하시고 건강하십시오.
아직도 이 85호 크레인 주위를 맴돌고 있을 주익씨의 영혼을 안고
반드시 살아서 내려가겠습니다.
그게 열사 정신계승 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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