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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최문순 지사·이돈구 산림청장은 2주일 동안의 올림픽을 위해
수백년 국가보호림을 파헤쳐도 되는지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유치의 기쁨도 잠시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핵심 의제로 ‘가리왕산 중봉 알파인경기장 건설 문제’가 떠올랐다. 조선시대부터 왕실의 특별 보호구역이었던 국가보호림인 가리왕산이 쟁점이 되었다. 지금도 정부가 엄격히 법으로 보호하는, 국토의 심장과 같은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이곳을 겨울올림픽 경기장을 위해 파헤칠 요량이다. 이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리왕산을 알파인스키장 건설지역으로 올린 상태다.

주무부서인 산림청에는 일언반구 협의도 없었다. 문제는 이 대목부터다. 강원도는 일단 유치가 확정되면 특별법을 통해서 일사천리로 문제를 풀 계산이었다. 법적인 절차는 절묘하게 피해갈 의도였다. 이런 방법을 동원해 1997년에도 동계경기지원특별법을 만들어 덕유산 국립공원의 정수리를 도려냈고, 발왕산 천연보호림을 잘라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환경은 환경대로 파괴되었고, 사업자는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 덕유산 무주리조트의 쌍방울과 발왕산 용평리조트의 쌍용 이야기다. 심지어 당시 증권가에서는 한때 ‘큰 산을 손대는 회사는 무너진다’는 뼈있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무모한 투자의 결과인지, 하늘의 업보인지는 몰라도 산림을 함부로 개발하면 망할 수 있다는 실증은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덤·묘지 따위를 ‘산소’로 표현하는 나라다. 산지와 산림에 대한 각별한 인식이자 철학의 표현이다.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며 맑은 물의 근원이다. 산림에서 가장 가치가 높고 절대적인 보전 대상을 정부가 법으로 선언한 것이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가리왕산 국가산림보호구역에 있는 주목 한그루 한그루는 수백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 이 정부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건국 이전 아득히 먼 수백년 전부터 그 자리에 말없이 서 있었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라에서 보호한 주목을 비롯한 숲을 이제 나라에서 쉽게 도려내려 하고 있다. 올림픽의 가치라면 이런 숲을 단 한번의 죄송함과 설명도 없이 베어내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과 관련해 직접적 당사자들에게 질문이 던져진다. 경기장 건설 책임자인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명심할 일이 있다. ‘기자 최문순’의 터전이었던 <문화방송> 뉴스의 ‘카메라 출동’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다음날 곧바로 ‘가리왕산 동계올림픽 훼손 논란’을 지적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문제는 더욱 파고들면 민주당의 정체성에까지 들어간다. 1997년 덕유산 국립공원과 발왕산 천연보호림을 갈아엎었던 동계경기지원특별법 때도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한통속이 되어 국토의 심장을 마구잡이로 파헤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정치권의 반성이 왜 필요한 것인지 절실한 기억 중 하나가 바로 동계경기지원특별법이다.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림의 책임자인 산림청장도 마찬가지다. 산림학자 출신인 이돈구 산림청장은 서울대 산림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가리왕산의 국책연구과제 책임자로, 가리왕산을 한국 산림 관리와 보전의 전형이자 표본으로 설파하면서 연구해 왔다. 자신의 정체성이 담겨 있는 현장인 것이다.

국가의 행위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수백년 역사의 국가보호림을 특별법 문구 몇개로 파괴하려는 시도가 ‘환경올림픽’의 이름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국내외 모두에 대한 기만이다. 당사자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가 지금까지 어떤 절차와 과정으로 임했는지, 올림픽을 치른 나라들도 이 문제를 이렇게 풀어왔는지 진지하게 바닥부터 모색해야 한다. 산림청장도 2주일 동안의 올림픽을 위해 수백년 국가보호림을 이렇게 파헤쳐도 되는 것인지 말해야 한다. 그것이 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 이어져온 국가보호림에 대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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